론 울프양들 사이를 지나온 것

1부 · CHAPTER 02

양들 사이를 지나온 것

양들은 그대로 남고, 양들 사이를 지나온 것은 마리 루를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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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끌려간 이튿날, 마리는 빈 앞치마를 접어 들고 문을 나섰다. 시어머니 아델은 빈 우리 앞에서 짚을 걷어 내고 있었다. 걷어 내도 소의 자리는 남았다.

“해 떨어지기 전에 오너라.” 아델이 말했다.

“빵집에 다녀올게요.”

빵집 여자는 남겨 둔 빵 껍질을 내주었다. 마리는 그것을 앞치마에 싸고 집으로 돌아섰다. 마을 끝에는 양이 몰려 있었다. 목동이 산을 믿지 못해 하루 일찍 우리를 향해 내리는 길이었다. 먼지가 무릎께까지 일었고, 방울 소리가 제각각이었다. 마리는 떼의 가장자리를 따라 걸었다. 양은 사람을 보고도 길을 비키지 않았다. 비킬 힘이 없는 날이었다. 털에는 풀씨가 붙어 있었고, 어떤 놈은 다리를 절었다.

먼지가 한 번 갈라졌다.

양은 흩어지지 않았다. 포식자를 만난 양떼라면 방울이 한꺼번에 울리고 등이 담을 넘듯 밀려야 했다. 그런데 방울은 오히려 뜸해졌다. 짐승들이 좌우로 한 걸음씩 물러나 좁은 길을 냈다. 그 길로 무언가가 지나갔다. 키는 양의 등보다 높았고, 먼지에 가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어깨의 넓이와 걷는 간격만 보였다. 발은 돌 위에서 무거웠다. 곁의 어린 양은 코앞까지 왔는데도 입은 양을 향하지 않았다.

마리가 먼저 멈췄다. 껍질 보따리를 가슴에 안은 채였다. 양은 그 사이를 지나온 것의 옆에 그대로 서 있었다.

“피에르.”

이름을 부른 것인지 숨이 터진 것인지는 나중에도 갈렸다. 피에르는 담 아래 도마 옆에서 나무를 쪼개고 있었다. 나팔총은 전날 닦은 그대로 문설주에 걸려 있었다. 그는 소리를 듣고 총을 뗐다. 녹은 남았으나 화약과 납은 들어 있었다. 전쟁터에 가지 못한 사람의 총이었다. 그는 골목을 뛰며 총구를 양떼 쪽으로 들었다.

보이는 것은 등뿐이었다. 흙빛과 먼지 사이의 넓적한 등, 그리고 그 등 아래에 쓰러지는 앞치마. 얼굴도 발톱도 온전히 눈에 담기지 않았다. 피에르는 양의 머리를 넘길 만큼만 총구를 낮추고 방아쇠를 당겼다.

나팔총은 멀리 가는 총이 아니었다. 가까운 곳에서 납이 퍼졌다. 양이 비명을 질렀다. 맞은 것은 양이 아니었다. 먼지가 한 번 크게 뒤집혔고, 그 안의 등이 옆으로 틀어졌다. 피에르는 장전할 새가 없었다. 그는 빈 총을 든 채 뛰었다. 무언가는 이미 양의 길 밖으로 빠지고 있었다. 쫓긴 것인지 일을 마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산 쪽으로 먼지만 남았다. 양은 그 자리에 다시 머리를 박았다. 풀을 뜯는 놈도 있었다.

마리는 길 위에 있었다. 보따리는 풀려 빵 껍질이 피로 젖었다. 목과 옆구리가 열려 있었다. 피에르는 앞치마로 그것을 덮으려다 덮을 천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 숨은 두 번 더 움직였다. 세 번째는 없었다. 눈이 그를 본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먼지가 눈 위에 앉기 전에 초점이 빠져 있었다.

“마리.”

대답은 없었다. 목동이 방울 끈을 놓은 채 달려왔다가, 덮개 아래를 보고 뒤로 주저앉았다. 그는 양을 세었다. 습관이었다. 양은 한 마리도 쓰러져 있지 않았다. 납이 스친 자리에 털만 뜯겨 있었다.

“양을 두고 갔습니다.” 목동이 말했다. “양이 더 가까운데.”

피에르는 대답하지 못했다. 손에는 화약 냄새가 배었고, 총구는 뜨거웠다. 피에르는 마리의 머리와 어깨를 받쳤다. 목동과 빵집 여자가 허리와 다리를 나누어 들었다. 세 사람이 걸음을 맞추었지만 집까지 가는 동안 몇 번이나 멈춰야 했다. 어제까지 고삐를 쥐던 손은 힘없이 흔들렸다.

아델은 우리 문간에 서 있었다. 짚을 아직 팔에 안고 있었다. 사람들이 마리를 집 안으로 들이자, 짚이 신발 위로 떨어졌다. 아델은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사발을 선반에서 내려 물에 헹구지도 않았다. 아델은 마리가 싸 오던 보따리의 끈이 끊긴 것을 보고, 젖은 껍질을 하나씩 집어 앞치마 위에 놓았다.

“해 떨어지기 전에 오라 했다.” 아델이 말했다.

피에르는 문설주에 총을 다시 걸었다. 걸어도 손이 총에서 떠나지 않았다. 골목에는 사람이 모였으나 산 쪽을 보는 이가 더 많았다. 보인 것은 없었다. 양떼는 우리로 들어갔고, 방울은 평소처럼 울렸다. 마치 그 사이를 지나간 것이 양에게는 길이었을 뿐인 것처럼.

신부가 왔다. 그는 시신의 얼굴을 닦고 목의 상처를 천으로 가렸다. 가리고 나서도 천은 바로 젖었다.

“늑대입니까.” 빵집 여자가 물었다.

신부는 천을 한 겹 더 덮었다. “늑대라면 양을 먼저 가져갑니다. 나는 발을 못 봤습니다. 등을 본 사람도 먼지를 본 것입니다.”

피에르는 자신이 본 것을 덧붙이지 않았다. 넓적한 등, 양의 등보다 높은 어깨, 사람을 향해 곧장 난 길. 그것을 말하는 순간 마을이 총을 들고 산으로 올라갈 것 같았다. 총은 한 자루였고, 이미 비어 있었다. 그는 화약뿔을 찾았으나 뚜껑을 열다가 덮었다.

마리는 식탁 옆에 누였다. 아들이 돌아오지 않아 비워 둔 자리였다. 아델은 그 곁에 앉았다. 사발을 뒤집지도, 이름을 나무판에 적으러 가지도 않았다. 장의 이름은 아직도 죽은 것으로 확인되지 않았고, 마리는 이제 확인이 필요 없었다. 숨이 없었기 때문이다.

밖에서는 양을 세는 소리가 계속되었다. 목동은 세 번이나 양을 세었다. 한 마리도 없어진 것이 없었다. 골목의 피는 모래로 덮였다. 산 쪽 길은 어제와 같이 어두워졌다. 어제와 다른 것은, 그 길을 무언가가 이미 한 번 지나왔다는 사실뿐이었다.

피에르는 문 앞에서 밤을 새우기로 했다. 빈 나팔총을 무릎에 올리고, 집 안의 촛불이 흔들리지 않는지 보았다. 장례는 내일이었다. 시신은 집 안에 있었다. 양은 우리에서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