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 CHAPTER 01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
전쟁이 끝난 뒤에도 르말지외에는 빈 이름이 남고, 그 집의 소가 먼저 끌려간다.
전쟁이 끝난 이듬해 여름, 르말지외의 장날은 지나갔고 광장에는 짚과 발자국만 남아 있었다. 종은 작년에 한 번 울렸다. 왕께서 전쟁을 마치셨다는 고지였다. 고지가 붙은 자리에는 이제 밀린 세금의 이름이 덮여 있었다.
마리 루는 집 뒤 우리에서 소를 끌어내고 있었다. 배가 부른 짐승이 아니었다. 갈비가 가죽 아래로 얕게 드러났고, 아침 젖은 사발에 반이 차면 많은 날이었다. 그래도 그 소가 집안의 마지막 숨이었다. 남편이 나팔 소리에 따라 나간 뒤, 마리는 그 젖으로 시어머니의 죽을 끓였다.
문 앞에 말이 섰다. 세무 서기의 부츠에는 길바닥의 먼지가 허옇게 앉았고, 그는 안장에 묶인 장부를 풀면서 담을 보지 않았다. 따라온 하인은 밧줄을 이미 손에 감고 있었다.
“루 가. 체납이 두 해입니다.”
마리는 고삐를 쥐었다. “그 사람은 왕을 위해 나갔습니다.”
“나간 사람과 남은 세금은 다른 칸입니다.” 서기는 장부의 한 줄을 손톱으로 눌렀다. “사망이 확인되면 감면을 청할 수 있습니다. 확인서가 없습니다. 소문은 죽음이 아닙니다.”
담 너머에서 피에르가 나왔다. 그의 집 문설주에는 나팔총이 걸려 있었다. 녹이 슨 총구가 골목을 보고 있었으나, 피에르는 총을 떼지 않았다. 빈손이었다.
“확인을 누가 해 줍니까. 같이 나간 사람은 가을에 둘만 돌아왔습니다. 강에서 죽었는지 병원에서 죽었는지, 이름을 부를 새가 없었다고 했습니다.”
서기는 피에르의 손을 보았다. “총 만지지 마십시오. 오늘은 짐승만 가져갑니다.”
하인이 우리 안으로 발을 들였다. 소가 뒷걸음치며 물통을 찼다. 마리는 고삐를 당기다가, 짐승의 눈이 하얗게 도는 것을 보고 손을 놓았다. 뺏긴 것이 아니라 놓은 손이었다. 골목에는 이미 사람이 서 있었다. 빵집 여자가 앞치마로 밀가루를 털며 나와 있었고, 아이들은 수레 바퀴 뒤에 얼굴을 반만 내밀었다.
“내 아들도 그 종이에 있습니다.” 빵집 여자가 말했다. “이름은 돌아왔고 사람은 안 왔습니다. 편지는 한 줄이었습니다. 대열이 흩어졌다는 말이었습니다.”
서기는 장부를 닫지 않았다. “왕께서 전쟁을 끝내셨습니다. 남은 빚을 거두는 일이 평화입니다. 제보당만 빼 달라는 법은 없습니다.”
“평화라면 소를 남기십시오.” 피에르가 말했다. “젖이 없으면 그 집 노인은 물을 마십니다.”
“물은 세금이 아닙니다.”
하인이 밧줄을 뿔 아래에 걸었다. 소는 한 번 버티다가 돌 위에 무릎을 꿇을 듯 미끄러졌고, 다시 일어섰다. 마리는 따라가지 않았다. 따라가면 손을 다시 잡을 것 같아서였다. 시어머니 아델이 문간에 나타났다. 허리께까지 오는 지팡이를 짚었으나 우리를 막지는 않았다. 시어머니는 식탁 위에 엎어 둔 사발을 들어 가슴에 안았다. 아들을 위해 매일 아침 비워 두던 자리의 그릇이었다.
“장, 오늘 밥은 없다.” 아델이 빈 우리를 향해 말했다. 서기에게 한 말이 아니었다.
수레가 움직였다. 바퀴가 마른 똥을 으깨며 광장 쪽으로 내려갔다. 소의 꼬리가 먼지를 쳤다. 피에르는 그 꼬리가 골목 끝에서 사라질 때까지 섰다. 총은 그대로 못에 걸려 있었다. 쏠 대상이 없었다. 왕실의 종이는 총구 앞에 서지 않았다.
저녁이 되자 교회 문 옆의 나무판 앞에 사람이 모였다. 전쟁 나가 돌아오지 않은 이름을 적어 둔 판이었다. 비에 번진 글자가 있었고, 새로 덧쓴 글자가 있었다. 신부는 이름을 읽지 않았다. 읽으면 죽음이 확정되는 줄 아는 사람이 반이었다. 피에르가 대신 손가락으로 하나를 짚었다.
“루, 장.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저 사람은 소를 죽은 집의 것으로 치지 않습니다. 살아 있는 빚으로 칩니다.”
“살아 있으면 돌아와야지.” 누군가 말했다.
아무도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돌아온 둘은 이미 마을 끝에 누워 있었다. 한 사람은 다리의 반을 잃었고, 한 사람은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들이 가져온 소식은 승리가 아니었다. 대열이 진흙에서 흩어졌고, 장교는 살아남은 수를 세느라 죽은 사람의 얼굴은 세지 않았다는 이야기였다. 종은 그것을 평화라고 울렸다.
마리는 빈 우리의 물통을 엎어 씻었다. 바닥에 깔린 짚에서는 아직 온기가 남았으나 금세 밤공기와 같아졌다. 아델은 사발을 선반에 도로 올리지 않고 무릎 위에 둔 채 앉았다. 집 안은 젖내가 빠지자 돌내만 났다.
“내일은 무엇으로 죽을 끓이나.” 아델이 물었다.
“빵집 여자가 껍질을 남긴다고 했습니다.”
“껍질은 소의 몫이었지.”
마리는 물을 버렸다. 골목 아래로 검은 줄이 흘러 도랑에 스며들었다. 르말지외의 지붕 너머로 제보당의 산이 낮게 깔려 있었다. 산은 늘 그 자리였고, 마을은 그 아래에서 왕의 일을 치렀다. 사람을 바쳤고, 소를 바쳤다. 바친 뒤에 돌아온 것은 고지문뿐이었다.
피에르는 늦게 자기 문을 닫으며 나팔총의 먼지를 소매로 한 번 닦았다. 닦아도 녹은 남았다. 그는 골목 끝을 보았다. 수레는 이미 보이지 않았고, 소의 울음도 끊겨 있었다. 장날의 광장은 비어 있었다. 비어 있는 것이 평화라면, 평화는 사람이 없는 쪽과 닮아 있었다.
나무판의 이름들은 밤에 더 또렷했다. 달빛이 번진 먹물에 걸리면 글자가 다시 서는 것 같았다.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은 그 판 위에서만 줄을 맞추었다. 집에서는 그들의 빚이 살아 움직였고, 산 쪽 길은 아무도 내려오지 않은 채로 어두워졌다.